안녕하십니까. 여러분들의 든든한 취업 인맥 브릿지인의 대표 컨설턴트입니다. 사실 해운과 포워딩 산업과 직무를 소개하는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누군가의 취업준비생들이 관심있게 볼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브릿지인에서 활동하는 여타 현직자들에게 글 쓰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상상이사으로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고, 정말 깊이 있게 질문하시고, 면접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오늘은 기존 글들 보다도 조금 더 Deep하게 파고 들어서 용대선 업무와 이와 관련한 산업분야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도 많이 긴 글이 될 것입니다ㅋㅋ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1. 용대선(Chartering) 업무란 무엇인가?
용대선은 Charter를 하는 행위를 말하며 Charter의 사전적인 뜻은 선박, 항공기, 차량 등을 일정 기간이나 목적을 위해 빌리고, 빌려주는 것을 말하며 해운에서는 당연히 배를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빌리는 것을 보통 우리한테 들어온다 해서 Charter in, 빌려주는 것은 Charter Out이라고 표현하며, 용대선 담당자 일명 Chartering Manager는 이를 담당하는 업무를 합니다.
하지만, 배는 옆의 짝꿍의 지우개나 팬을 빌리는 것도 아니고, 몇 천억을 훌쩍 호가하는 선박을 빌리는 것일 테니 당연히 같은 말처럼 보이겠지만 용선료, 부대비용, 계약 조건이 엄청나게 까다롭고 이를 담아내는 선박 계약 Charter Party를 그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Charter Party가 복잡한 이유는 항해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시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 명시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항해 중에 해적을 만나서 피랍되거나, 선원 중 누군가가 마약 카르텔이랑 손잡고 마약 밀매를 돕다가 걸려서 미국 DEA에 잡히거나 등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계약조항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잘해야 하고, 대충 알아 듣는 수준으로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조항에 숨겨 놓는 수많은 함정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고칠 수준으로 잘해야 합니다. 그냥 보기에는 우리에게 유리할 것 같아 보는 조항이 아무 의미도 없기도 하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조항이 나중에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용대선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쟁력 있는 선박을 최대한 낮은 용선료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가격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시장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해낼 수 있습니다. 용선을 하거나 대선을 하는 시점이 오면 내가 선박을 빌리고 싶어하는 선주는 당연히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부를 것이고, 배를 빌리고자 하는 용선자는 아주 늦은 가격을 부를 것입니다. 이들을 어떻게든 설득해서 용선료를 낮추거나(용선시) 올리고(대선시), 더 좋은 대안이 없는지 기민하게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표가 그 유명한 BDI(Baltic Dry Index) 즉, 발틱운임지수로 Dry Bulk 선박들의 전체적인 운임 추이를 포용하는 지수입니다. 그 외 컨테이너선의 경우는 SCFI 상해컨테이너 지수가 존재하고, 유조선은 WS (Worldscale), TCE (Time Charter Equivalent), LNG선은 BLNG (Baltic LNG Index), Spark Commodities Index. 자동차선은 Drewry/Clarksons 보고서나 Harpex Index 참조를 하는 등 각자 참고하는 지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BDI 지수에는 크나큰 단점이 있는데 선박 Size (Handy, Supramax, Panamax, Cape 등)를 고려하지 않고, Dry Bulk 시장 전체를 다 때려 넣은 지수라는 것입니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Size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를 수 있지만, 선박 Size는 곧 그 선박이 어떤 화물를 주로 취급할 것이고, 그에 따라 어떤 산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합니다. Cape Size의 경우는 식량을 주로 취급한다고 하면, 가장 작은 Handy Size는 산업 원료 들이 주요 화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Cape Size 시황이 불황이더라도 Handy Size 시황은 탄탄하게 버티고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다 같이 Dry 화물을 취급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이 미치겠지만, 단기간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로 선박 Size별 지수를 참고합니다. 또한, Size별 지수 안에서도 아래와 같이 주요 항로들로 다시 나뉘게 됩니다.
이처럼 지수의 향방을 토대로 용선료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며, 이를 선주 혹은 용선주를 설득시켰을 때만이 가격에 합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나와 동일한 업무를 하는 Chartering Manager를 설득하는 과정으로 그에게 필요하다면 협박을 회유를 혹은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어떤 선주이고, 어떤 사업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고, 주로 어느 지역에서 선박들이 머물기를 원하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그래서 용선 담당자의 전문성은 “호기심”에서 나온다고도 하며, “명탐정 코난”이 되듯 다양한 해운사, 선주들의 동향에 관심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들의 아픈 구석을 파고들면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반대로 우리의 아픈 구석을 알고 파고드는 선주를 상대하는 것, 그리고 이 속에서 가격을 측정하는 것이 용선 담당자의 역할입니다.
2. 용선의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 정답 : 짧거나 길거나
※과한 TMI가 초반에 있습니다.
용선의 종류를 교과서에 물으면,항해용선(Voyage Charter), 기간용선(Time Charter), 나용선(Bareboat Charter)가 있지만, 이를 세세하게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니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라면 단순히 짧게 빌렸느냐, 길게 빌렸느냐로 나눠서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그러면 짧다면 어느 정도여야 짧은거고, 길다면 어느 정도여야 긴 것인가 궁금하실 있지만, 이는 해운사들의 트렌드 변화를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국내 최고의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을 하고, 현대상선(現HMM) 또한 파산 직전까지 갔던 이유는 10년 이상의 장기용선 선박들 때문입니다. 조금의 TMI를 보태자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왜 당시에 그런 무리한 장기용선 선박들을 확보했는지 물으면, ‘해운시황이 폭락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입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기업이 시작했을 무렵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주의가 시작했고, 이 때문에 전세계 폭발적인 화물 양 증가를 경험했습니다. 자유무엿시대의 정점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면서 국경 개방을 했을 때이고, 이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해운 시황은 끝없이 상승했습니다. 그때 당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유무역이 존재하는 한 해운은 영원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장기 용선선박들을 확보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보도 아니고 국내 해운사들은 왜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10년 이상의 장기 용선을 했느냐? 오히려 당시에는 싸게 계약 잘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서울 아파트값에 비유를 하자면 당시 15억대의 가치의 아파트를 장기용선을 하면 10억대에 주겠다고 한 계약과 다름 없었습니다. 계약기간을 대폭적으로 늘리는 대신에 용선료를 30% 할인해준 것이고, 당시에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생각되고 오히려 초반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타사에 비해서 장기용선 선박들 때문에 원가경쟁력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시겠지만 중국의 경쟁성장이 둔화되고, 중국이 조선업을 국가핵심 제조 산업으로 특정하면서 말도 안되게 많은 선박들이 바다로 나오니 과잉 of 과잉 공급이 일어났고, 해운시황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15억 하던 집이 10억이라서 이렇게 쌀 수 있나 싶었는데, 갑자기 부동산 경기가 무너져 내려서 3억이 됐다면 어떠실 것 같습니까? 숨 쉬는 모든 순간이 손해가 되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도한 성장기의 거품을 알아보고, 안정성을 택했던 선사들은 반대로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었고, 지금 세계 최고의 선사들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선박을 직접 건조하지 않고 장기용선을 택한 이유로는 (1) IMF 이후 정부의 기업들의 부채율 관리를 강화하고 재무 건정성을 높이기 위해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게끔 강제했지만, 이는 해운사들은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해운사들은 통상 선박 건조에 드는 비용을 일시불로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치면 선박의 수명 만큼 할부를 걸어두고 선박이 운영하면서 버는 금액에서 고정비용으로 차감하는 형태로 운영하지만, 이런 사업 행태는 부채율을 상승시키고 이를 정부가 막으니 선박 건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2) 해운경기의 활황으로 선박 조선소도 일정이 밀려 있었고, 양도 받는데 시간이 지연됐다. (3) 급속한 성장기만 경험했던 대한민국 해운 인재들의 안일함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위의 엄청난 TMI였지만 그래서 IMF부터 대한민국의 해운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2010년도까지의 장기용선의 장기 기준은 5-10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들이 회사 전체를 말아먹게 만들면서 10년 이상의 용선은 사장 직급에서나 결정하는 매우 이례적인 거래가 되었고, 더 이상은 찾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장기용선의 기간은 약 1년 이상으로 생각하며, 1년 이상의 2-3년 되는 용선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의 이례적인 계약이 됐습니다. 그만큼 해운경제를 붕괴시켰던 장기용선에 대한 거부감이 크며, 해운시황이 점점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앞을 내다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경향이 커서 이런 유형의 거래는 점차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장기용선(Long Period)이라 하면 1년 이상을 말하며, 단기용선(Short Period)은 4-6개월 정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용선의 경우는 한 항차, 즉 편도로 한번만 쓰기 위한 용선으로 이뤄집니다. 이를 1 Time Charter Trip 일명 원티씨티(1TCT)로 불리며 아마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형태로 운영하게 되실 것입니다.
3. 용선업무를 하면서 같이 일하게 될 채널들 알고 가기 (브로커 & 선주라는 악어와 악어새)
그렇다면 내가 용선하고 싶은 선박, 혹은 내 배를 용선해줄 용선주는 도대체 어떻게 찾는 것일까? 카카오택시처럼 현재 내 위치, 목적지만 딱 넣고 주변에 있는 기사님들께 알리면 편하고, 좋겠지만 용선업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브로커들입니다
※브로커(Shipbroker)
해운업계에서 브로커(Shipbroker)란, 마치 소개팅 주선자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쪽에는 선박을 가진 선주(배를 가진 사람)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배에 물건을 실어서 어디론가 보내고 싶은 용선자(배를 빌리는 사람)가 있겠죠. 문제는, 이 둘이 서로 어디에 있는지, 어떤 조건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브로커들은 많은 선주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그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또 잠재적 용선주들과 관계를 만들어서 그들이 뭘 찾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보를 파악해 둬야 합니다. 즉, 시장의 정보를 24시간 파악해서 누가 선박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화물은 얼마나 많은지, 모두 꿰뚫고 있죠. 마치 소개팅을 주선할 때 "너, 저기 00이랑 코드 딱 맞을거야!"라고 말하는 것 마냥 우선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사 선주와 용선주가 만났다 하더라도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운임, 기간, 화물 종류 등 정말 복잡하고 머리 터지는 조건들을 일일이 조율해야 합니다. 이때 브로커의 능력, 즉 언변술과 협상력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선주가 "나는 이 선박을 하루에 2만 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 푼도 더 못내려!"라고 하고 있고, 용선자는 "아니, 1만 5천 달러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시장을 너무 높게 보는거 아냐?"라고 갈등하고 있다고 보면, 브로커는 이 둘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이야기를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게 상황을 조율하고, 브로커 개인도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주한테는 “시장이 지금 빠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지체하면 자칫 저쪽에서 요구하는 1만 5천불도 못 건질 수 있습니다”로 말하면서, 용선주한테는 “너무 강하게 나가면 당장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추후에 급할 때 저 선주가 당신을 배제하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소탐대실일 수 있습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중간에서 만들 수 있도록 협의를 하는 것이 브로커입니다.
능력 있는 브로커일수록 더 많은 선주와 해운사와 관계를 맺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가한테나 소개하지 않는 숨은 보석과 같은 선박들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기서 궁금하실 수 있는 것은 왜 브로커 멋대로 선박과 화물을 갖춘 해운사의 존재를 숨기느냐고 물으면, 소위 ‘똥파리가 많이 꼬이면 장사도 꼬이기’ 때문으로 보시면 됩니다. 해운사나 선사의 입장에서 내가 신뢰하는 브로커가 아니라 이름도 모를 브로커들도 다 달라 붙을 것이고, 그렇다면 내가 하지 않은 말들이 시장에서 넘쳐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자칫하면 내 조급함이 소문날 수 있고, 내가 말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내 배의 가치가 떨어져 있으면서 멋대로 이야기되는 과정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보통은 조용하게 자신들이 믿는 소수의 브로커들과 이야기를 하고, 그들이 소개하는 선주 혹은 해운사와 연결하는 것이죠. 마치 소개팅 앱으로 날 온갖 사람들에게 노출하지 않고, 믿는 친구가 주선해주는 소개팅만 나가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이게 가능한 선주와 해운사가 있고,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Power가 있고 존재 자체가 매력적인 선주와 해운사, 즉 어디 가서도 무시 받지 않는 HMM, 팬오션, 고려해운, 대한해운 등과 같은 메이저 선사들은 이렇게 조용히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규모가 크지도 않고, 이번 만남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은 작은 해운사, 선주 들의 경우는 모두가 매력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소개팅 시장이 일부에게 쏠리고, 다수에게는 차가운 겨울이 지속되는 것과 비슷한 생리죠. 이들에게도 브로커가 중요한데, 브로커들이 그래도 나를 한없이 무시할 선주 혹은 용선주를 소개해주고, 중간에서 계속해서 대화가 끊기지 않게 조율해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해운에서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대단히 중요한데, 큰 기업들이야 신용등급이 높아서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중소선사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배 값이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없는 이유지만, 반대로 선주나 용선주의 입장에서는 도중에 갑자기 파산해서 돈을 받지 못하거나 갑자기 배의 소유권이 이상한 곳으로 넘가는 곳이 발생하기도 해서입니다. 그러니 이런 작은 선사들과 계약을 한다는 자체가 Risk이고, 그 때문에 더 낮은 가격으로 HMM같은 대형 선사와 계약을 하고자 하지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중소선사라서 회사에서 원가절갑이 더 민감하게 구는데, 선주들은 HMM같은 기업에 더 싸게 게약을 하고자 하고 나한테는 좋은 가격도 안좋은 극복 불가능한 핸디캡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꼴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에게 브로커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더 높은 편이고, 이들이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로커는 그래서 선주와 해운사 모두를 영업하고, 그들과의 커넥션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365일 일하고, 저녁에는 접대, 점심에는 미팅, 주말에는 골프 접대 등을 하는 극한의 3D 직업으로 볼 수 있지만, 장점은 하는 만큼 돈을 아주 많이 번다는 것입니다. 일단 용선계약을 성사시키면 통상 용선료의 1.25%의 Commission을 브코커가 가져 가며, 계약의 복잡성과 특수성 때문에 3.75%까지도 올리는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짧은 1TCT라고 하면 1-2천만원에서 시작해서, 장기용선을 한다면 억 단위의 이익이 단 한 개의 계약으로 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엄청나게 치열하게 영업을 하고, 용선담당자에게 특히나 공격적인 영업을 하는 편입니다.
어쨌든 결론은 해운업계에서 브로커는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해운업계 전체의 연결고리이자 해결사로 볼수 있습니다. 이들이 없으면 선주와 용선자가 만나기 어렵고, 해운업의 효율도 크게 떨어질 겁니다. 선주와 해운사가 직접 의사소통 하면 감정이 상해서 단기간에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브로커는 당신에게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기꾼이 될 수도 있지만, 위기 속에서 당신을 구해줄 수 있는 구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잘 관리하고, 잘 파악하여 믿을 수 있는 브로커와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용선 담당자의 역량이 될 것입니다.
※선주(Shipowner)
다음으로 중요한 채널, 아니 해운시장 전체를 움직이기는 채널 선주(Shipowner)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한가지 알아줘야 할 것은 해운사와 선주는 다른 개념이 아니라, 선주는 내 배, My Ship을 소유하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선주이고, 해운사도 당연히 My Ship 이 있으니 선주이지만, 자기 배만으로 그 많은 짐들을 다 운송하기는 어려우니 배도 많이 용선하므로 용선주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해운사의 역할, 즉 화물 운송하는 업무를 직접 안하고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선주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들은 주로 유럽 쪽에 많으며 그리스에 특히 가장 많이 밀접해 있습니다. 그리스 선주는 마치 해운업계의 전설 같은 존재로 유명한 선사는 딱히 없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바다는 우리의 삶"이라며 선박 투자에 열을 올려왔고, 선박 임대업을 통한 부의 축적을 해온 전통적인 갑부들의 고향입니다. 그 외 노르웨이, 덴마크 등과 같이 북유럽의 국가들이 주요 선주의 나라이며,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중국이 주요 선주들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는 선주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을 담당하는 해운사의 역할도 많이 하므로 오직 선주 노릇만 하는 곳은 주로 유럽 그리고 그리스에 많이 몰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선주는 개념이 어렵지 않습니다. 바다 위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사람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배를 통해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내 이윤을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이들에게 배를 대선해줄 뿐입니다. 이때 선주가 고민해야 할 것이 주로 뭐가 있을까 묻는다면, 당연하게도 용선료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조금 더 보탠다면, 배가 가는 방향, 용선주의 신뢰성, 화물의 안정성 등이 있습니다.
배가 가는 방향을 설명을 쉽게 이해하고자 하면, 택시 기사들이 승차거부를 하는 이유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승차거부가 불법이 아니었던 시절에 서울 종로에서 술 마시고 택시 잡고 “경기도 광주 가주세요” 한다면 “광주 가는 것은 문제 없는데, 돌아올 때 손님 없이 서울로 와야 해서 요금에서 5만원 더 주시거나 아니면 다른 차 타세요”라고 했었습니다. 여기서 기사가 광주를 가면 손님이 없으니 빈택시로 서울로 다시 와야 한다는 것이 해운으로 치면 Repositioning 즉 선박을 다시 재배치 한다는 의미입니다. 선주의 입장에서는 택시기사님과 마찬가지로 빈 배로 다시 재배치시켜야만 하는 목적지로 가는 것을 대단히 꺼릴 것입니다. 선주 측의 용/대선 감당자는 화물을 잡는 것이 어려운 목적지에서 밤을 새면서 개고생을 하고 싶지 않을 테니 화물이 확실히 보장되어 있는 지역들을 위주로 가고 싶을 것입니다. 특히 최근 중동이나 흑해처럼 긴장감이 높은 지역의 경우는 선박의 파손도 우려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꺼릴 수 있겠죠? 그래서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가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주, 해운사마다 모든 지역에 대해서 호불호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선주들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재과 별개로 여전히 흑해에 들어가서 곡물을 운송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에 그 외 선주들은 이를 위험하게 받아들이고 이 지역에서는 비즈니스가 없다고 받아드립니다. 이처럼 선주, 해운사가 갖고 있는 사업 네트워크, 생각에 따라서 선호하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런 선주를 공략해야 하는 용선 담당자라면 이들의 사업에 대해서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용선주의 신뢰성을 말씀드리자면, 앞서 브로커에 대해서 소개한 바와 같이 선주 혹은 해운사의 신용도가 낮으면 계약 도중에 도망을 갈 수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곧 신뢰도를 의미하긴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설명 드리자면 신용도라고 하는 것은 비단 신용등급 외 그 선주 혹은 해운사가 쌓아온 평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중국의 선사들과 거래를 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이들은 계약 조건은 무시하고 자기들 멋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매우 짙습니다. 지불해야 하는 금액임에도 거부하고, 협박을 해도 먹히지 않고 안아무인으로 행동하기도 합니다. 작은 선사가 아니라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선사라도 그런 경향이 있고, 국내 선사 중에서도 메어저 선사인데 소위 더럽게 일해서 악명이 높은 선사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선주측 용선대선 담당자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작은 돈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이 업무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X같은 상황들을 상상하면서 최대한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상대를 선호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비슷한 가격이라면 중국 선사랑 거래 안하고자 하는 경향도 있고, 이러한 평판이 나 뿐만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의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평판을 깎아내리는 업무를 지양하라고 배웁니다 (물론 회사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화물의 안정성의 경우는 당연한 이야기만 용선주가 선적할 예정인 화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선호도가 갈립니다. 컨테이너 선들의 경우는 컨테이너 안에 화물이 선적되므로 컨테이너를 파손시키는 선에서 끝나지만(물론 몰래 폭발물을 신고 안하고 선적했다가 배 전체가 폭발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함), Bulk 선사들은 Hold에 화물을 소위 때려 넣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선적했는지에 따라서 Hold를 넘어 선박이 훼손될 수 있고, Cement 같은 소위 더러운 화물 Dirty cargo를 선적했다면 Hold 청소에만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곡물 운송을 위해서는 Hold 상태가 대단히 깨끗해야 하는데, 전 항차에서 이런 더러운 Dirty cargo를 선적했다고 하면 더욱 문제가 되겠죠?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이 고려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주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 그리고 자신에게 최적화하기 위해서 움직입니다. 하지만, 선주 또한 사람인지라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더 선호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달리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용선 담당자라고 하면 선주와 직접 소통하지는 않더라도, 브로커를 통해서 출장을 가서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관계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때 같이 이야기했던 몇 분의 좋은 대화가 대단히 좋은 거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보다 외국의 선주들의 경우, 관계를 더욱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은 오히려 지나친 관계형성을 비리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외국에서는 오히려 담당자 개개인의 판단을 신뢰하는 대신에 그 결과 또한 책임지게 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관계라는 이유로 시장보다 훨씬 좋은 가격으로 용선계약을 맺어주는 것이 외국 선주들이며, 반대로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절대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 한국의 선주들입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1년 내의 마켓을 보고 싶으면 한국 선주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2년 정도를 보고 싶다면 일본 선주, 그리고 5년 이상을 보고 싶으면 그리스 선주를 봐라. 이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4. 용선의 매력은 무엇일까?
용선업무는 해운의 시작과 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인 이유는 선박을 용선해야만 항차가 시작할 수 있기도 하고, 끝인 이유는 Operation 업무와 영업관리 업무 중에서는 이 업무가 최종 종착점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용선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선주와 관계를 만들어서 돈을 깎는 수준을 넘어서 선박이 갖고 있는 숨겨진 매력, 예를 들면 연료 효율, 선박의 내부 디자인, 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강도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선박의 도면을 보고 선박의 구조를 이해하고, 연료 효율을 계산할 수 있는 계산도 가능해야 합니다. 이런 계산을 보통하기 위해서는 배를 직접 운영해보고, 문제적 상황에서 선주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운항 업무를 경험 했어야 가능합니다. 용선 업무는 이런 용선 업무 담당자의 진화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커리어적 확장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용선 담당자의 협업 채널을 브로커 및 선주라고 말씀드렸지만, 여기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해운사에서 용선 업무를 경험했던 분들입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지만, 이들의 깊이는 얕을 수 밖에 없고, 조직 내에서도 가장 전문성을 인정 받는 분들은 직접 해운사에서 용선 업무를 진행해봤던 이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커리어를 쌓고 나면 이리 저리서 제안이 오는 것도 용선 담당자입니다. 특히 싱사포르에서는 해운이 한국으로 치면 반도체 수준의 중요도를 갖는 산업이기 때문에 해외취업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며, 이때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한국에서는 유명 의사 및 변호사나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을 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최대의 매력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당연히 존재하겠죠? 우선 저녁도, 휴일도 없지만, 주말은 있습니다. 저녁이 없는 이유는 저녁에는 세계 최대의 선주 국가 그리스가 지구 반대편에서 열고, 정확히 우리가 퇴근하는 6시까지 그들이 출근하는 시간입니다. 그들이 퇴근하는 6시는 우리로 치면 새벽 3시이고, 그들이 한시간 야근하면 우리는 새벽 4시입니다. 그러니 아시아 역내에서 배를 못 잡았다면 그리스 선주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휴일 또한 우리의 설날, 추석 명절이 외국 선주들에게는 업무 기간이고, 명절 상관 없이 배는 365일 운항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맞춰서 배를 잡거나 팔아야 한다면 명절에도 새벽까지 야근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 인터넷이 발전하기 전의 용선담당자들은 노총각이 대단히 많았고, 회사에 출근하면 회의실에서 침낭에서 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업무를 받으면서 느끼는 스트레스, 압박감 하지만, 사업을 성공시켰을 때의 희열은 그 어떤 마약보다 중독성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글을 마무리 지으며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만약 당신이 면접을 본다면 반드시 그 면접장에서 한명은 이 용선 업무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임원 면접이라고 하면 컨테이너 선사가 아닌 이상 혹은 관리임원이 아닌 이상에는 지금 내 앞의 모든 사람이 용선 업무를 경험했다고 봐도 됩니다. 그들은 당연하게 새벽에도 일했고, 휴일도 포기했고, 영어를 누구보다도 잘 구사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걸 앞으로 들어올 후배에게 기대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부분을 어필을 잘하시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