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시장의 변화와 복합운송의 역할
물류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포워딩 사업은 물류 플랫폼의 발전과 선사들의 포워딩 사업 진출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존 해운, 항공 등과 같은 전통적인 포워딩 사업의 수익성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복합운송(Multimodal) 및 프로젝트 물류 등의 분야는 포워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높은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복합운송은 포워딩 기업들에게 **Cash Cow(주요 수익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복합운송 분야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TSR(시베리아횡단철도)과 TCR(중국횡단철도) 철도 운송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간혹 TMGR(몽골횡단철도)을 이용하는 기업들도 존재하지만, TSR과 TCR에 비해 사업 규모가 현저히 작고, 제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TSR, TCR 사업 설명
여러분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통일이 되면 남한에서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유럽까지 수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이죠. 이렇게 된다면 한국의 지리적 약점도 극복할 수 있어 물류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과거 **구소련 국가들(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유럽과 한국이 사용하는 표준 철도 궤간(1,435mm)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서유럽 국가들의 침략(나폴레옹, 히틀러 등)에 대한 방어책으로 철도 궤간을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 및 구소련 국가들은 **광궤(1,520mm)**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표준 열차가 아닌 광궤에 맞는 철도 차량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여 TSR을 통해 유럽까지 철도로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궤간이 달라지는 국경에서 T/S(Transshipment, 환적 換積)를 해야 합니다. T/S는 이미 선적된 철도의 화물을 다른 철도로 옮겨 담는 작업이므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 T/S하는데 높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 작업 속도가 느립니다. 특히 발전이 덜된 러시아 국경에서 이루어지므로 장비와 여건이 열악하여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큽니다.
- 해상 운송 대비 5배 이상 비싼 운송 방식으로, 경제성이 없습니다. (단, 운송 기간은 약 25일로, 해상 운송(약 80일)의 1/3 수준)
- T/S 없이 한 번에 목적지로 운송하기 어렵습니다. (Express Train을 수배해야 함)
어쨌든 현재 2025년 기준으로 한국의 물류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운송 루트는 TSR입니다. TCR의 경우 과거 중국의 성장기에는 꽤 자주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중국 내륙 운송에 많이 활용되며 러시아로 접근하기에는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한국에서 불과 해상으로 2일 거리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화물을 해상으로 이동한 후, PORT에서 직접 TSR 열차에 T/S 선적하고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까지 한 방에 가는 것이 더욱 효율적입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T/S가 발생하는데, 왜 러시아 내륙 국경에서 이루어지는 T/S보다 비용이 저렴할까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의 주요 항구(PORT) 중 하나로, TERMINAL 시설이 발전되어 있음
-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T/S 비용이 현저히 저렴하고, 작업 속도도 빠름
또한, TCR을 통해 이동되는 주요 화물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나오는 목화, 솜 등의 원자재인데, 최근 중국의 인권 문제로 인해 해당 지역의 생산물에 대한 국제적 제재가 이루어지면서 TCR 이용도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간헐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TSR의 주요 환적역과 Express Train
그렇다면 TSR을 이용하면 구소련 국가들을 한방에 T/S없이 도달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아니며, TSR Route내에서도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주요 환적(T/S) 역이 존재합니다 **지도 참고**. 예를 들어, 중앙아시아 국가(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로 가기 위해서는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환적해야 하고, 서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벨라루스-폴란드 국경(브레스트 또는 마라셰비체)**에서 환적해야 합니다.
하지만, 궤 때문에 T/S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같은 TSR 안에서 이러한 환적을 피하고 한 번에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Express Train(특급열차)를 수배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할 때부터 최종 목적지까지 한 방에 갈 수 있도록 하나의 열차를 단한개의 목적지를 위해서 가득 채우고 가는 방식입니다.
- 이를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운송 기간도 단축되므로 물류 경쟁력이 극대화됩니다.
- 그러나 Express Train으로 운송하려면 한 번에 열차를 채울 수 있는 대량의 화물이 필요하며, 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이 포워딩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TSR, TCR 운임을 받는 방법
TSR 운임은 **러시아 국영 철도 전문 포워딩 기업인 트랜스컨테이너(TransContainer)**에서 받아야 합니다. 이 기업은 **러시아 국영 철도청(RZD)**의 자회사로, TSR을 통한 철도 물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중요한 점은:
- 국영 포워딩 기업에서 직접 운임을 받아야 한다는 점
- 운임을 받아야 하는 곳이 러시아라는 점
이러한 이유로 TSR 시장은 매우 폐쇄적이며, 운임이 고정적인 경우가 많아 진입이 어렵습니다. 해상 운송과 달리 완전 경쟁 시장이 아니므로, 신규 진입자는 철저한 관계 형성이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유니코로지스틱스와 태웅이 이러한 관계를 잘 구축해왔습니다. 최근에는 LX판토스가 TSR 사업에 진출하여 많은 화물 영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결국 운송사는 오랜 관계보다는 화물량에 의해 움직인다는 시장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반면, TCR 운임은 중국 국영 포워딩 기업인 SINOTRANS와 LUGANG GROUP에서 제공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처럼 폐쇄적이지 않으며, 접근이 용이합니다. 다만, 미중 패권전쟁 등의 이유로 TCR 이용이 감소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